훈 할머니를 기억하시나요?
훈 할머니는 열여섯 꽃다운 나이에 일본군에 의해 위안부로 강제 징용되어 캄보디아로 끌려가셨다가, 지난 1997년 잠시 한국에 오셨던, 작은 키에 크고 고운 눈을 가진 할머니입니다.
당시 저는 군에서 막 제대하고 아내와 신혼 생활 중이었는데, 뉴스에서 나오는 훈 할머니를 보며 연민과 분노와 서운함이 가슴을 꽉 채우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훈 할머니에 대한 한없이 안타까운 마음과 할머니를 이 지경으로 만든 무리를 향한 분노와 그들을 보호하지 못한 국가와 사람들에 대한 서운함이었던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하는 가운데,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 머지 않은 과거, 우리나라가 세상에서 제일 약하고 못살던 시절, 그 형편없는 시절을 버텨 낸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기 떄문입니다.
-본문 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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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을 쓴 작가 차인표는 위와 같이 소설을 쓰게된 계기를 말합니다. 작가 자신의 행복한 신혼생활 중에 TV에 나온 훈이 할머니의 참혹한 인생이 자신의 현재와 더욱 더 대조되어 느껴지는 감정이 고스란이 나에게도 전달되어졌습니다. 작가 차인표는 이렇게 소설을 써 내려갑니다.
출간된 지 시간이 지났으나 영국의 옥스포드 대학의 필수도서로 선정되며 더욱더 사랑과 관심을 받은 소설입니다.
한국의 가슴 아픈 역사, 일제강점기 위안부 문제를 다루면서도 아름다운 문체와 동화같은 설정이 더욱더 대조되어 마음이 저며지는 소설입니다.
1. 줄거리
이 이야기는 1931년 백두산 기슭의 호랑이 마을에서 시작됩니다. 호랑이에 의해 엄마와 동생을 잃자 용이와 그의 아버지 황포수는 복수를 위해 호랑이 마을에 오게 됩니다.
그 마을에서 용이는 촌장의 손녀, 맑고 고운 소녀 순이를 만나게 됩니다. 복수심에 사로잡혔던 용이는 순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점차 자연과 생명에 대한 공감과 존중을 배우게 됩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발생한 사건으로 인해 마을 사람들은 용이와 황포수는 마을에서 쫓아내고 이 둘은 이별을 맞이하게 됩니다.
7년 후 일본군 가즈오가 이끄는 군대가 호랑이 마을을 주둔지로 정하여 옵니다. 얼마 후 조선인 여자 인력 동원 명령이 내려지고 가즈오는 일본의 만행에 분노와 절망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순이도 징집 대상이 되는데요, 순이에게 남사랑을 느낀 일본군 가즈오는 명령 앞에서 갈등을 하게 됩니다. 순이를 구하기 위해 돌아온 용이와 가즈오는 작전을 짜 순이를 구하려 갖은 노력을 하지만 이야기에 거듭된 복선처럼 순이는 피하지 못하고 일본으로 끌려 가게 됩니다. 그리고는 70년이란 세월이 흘러 고국으로 돌아오게 되지요.
2. 감상 포인트
- 감성적인 문체와 따뜻한 분위기 – 작가는 분명 집필의 시작은 분노라고 말하지만 그의 격분과는 다르게 너무나 따뜻하고 서정적인 동화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책표지만 보아도 따뜻한 사랑이야기라고 생각 될 만큼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우리가 현실에서 분노에서 끝나지 않고 위안부 할머니 문제에서 느껴지는 처연함이 그대로 전달됩니다.
- 용서와 화해– 용서라는 말이 소설의 말미에 나오는데 그 용서를 읽고 용서가 누군가에게는 너무 쉽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독자인 나도 용서를 할 수가 없는데 말이죠. 한 사람의 젊은 날을 이렇게 다 처절하게 가져갔는데, 용서해달라는 사람은 없고 용서를 해주어야 하는 사람만 있다니요. 분노와 안타까움이 읽는 내내 마음을 저며왔습니다.
그래, 용서할게, 앞으로 다시는 그 누구에게도 그런짓을 하지 말거라.
- 연기자 차인표를 보는 다른 시선 – 이 소설을 접하면서 작가 차인표얘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유명한 배우 차인표가 집필한 책이라고 하니 흥미가 생기게 됩니다. 의심도 함께 말이지요. 그러나 읽는 내내, 아니 책을 펼쳐 머릿말을 읽으면서부터 입니다. 더이상 배우 차인표가 아니고 작가 차인표, 사람 차인표라는 감동이 내내 마음을 울렸습니다. 알면서도 묵과할 수 있는 일이고 분노, 안타까움이 순간에 지날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기록하고 알리고 잊지 않도록 감동까지 주다니 감히 존경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따뜻한 사람 옆에는 정말 좋은 사람들로 가득 채워지게 되나 봅니다. 차인표 작가의 다른 글들도 읽어 보고 싶게 만들어 주는 책입니다.
3. 인상적인 글귀
용이야, 이제 그만 백호들을 용서해 주면 안 되겠니?
용이야 넌 힘들 때 어떻게 했니?
"난....그냥...."
"그냥?"
"그냥.... 참았어."
힘이 들 때는 그냥 참았다는 용이의 대답에 순이는 그만 눈물을 떨어트리고 맙니다.
엄마를 잃게한 호랑이에 대한 분노, 복수심으로 가득했던 용이의 마음을 순이는 이렇게 위로하고 달래어 줍니다.
용서를 어떻게 하는 건지 모르겠어. 상대가 빌지도 않은 용서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용서는 용서를 구하는 대상이 있어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불행히도 범죄를 저지를 사람들은 사과와 용서를 구하는 대신 세월이 빨리 흘러 할머니들이 모두 없어지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역사의 산증인이 모두 없어져서, 누구도 다시는 이 이야기를 들춰내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p236)
용서를 구하는 자는 없는데 용서를 해야하는 그 현실이 분노가 일지만 용서는 또 다른 기억과 치유를 위한 미덕입을 알게 됩니다. 언젠가 진정한 사과를 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용이야, 언젠가 우리가 어디에 있든지 같은 엄마 별을 볼 수 있다면 좋겠다.
마음을 울리는 소설, 꼭 한 번 읽어보길 추천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은 감성적인 문체와 서정적인 분위기로 가슴 아픈 역사의 한 부분을 고증해 냅니다.꼭 한 번쯤을 읽어 보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