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영 작가의 소설 《페인트》는 2019년 발간된 책으로 청소년 필독도서로 선정되며 더욱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처음 이 책을 만났을때는 청소년 필독도서라 하여 시시할까 싶어 내려놓으려다 청소년 시기의 아들을 둔 엄마라 호기심에 책장을 넘겼습니다. 현재 우리사회의 저출산 문제를 다루면서 따뜻하고 희망있는 메시지를 주고 있는 이 소설은 가족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 또한 청소년들이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어떤 고민을 하게 되는지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입양 제도를 배경으로 하여 아이들이 부모를 선택해야 하는 설정은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페인트의 줄거리를 알아보겠습니다.
1. 《페인트》 줄거리: 부모 면접을 보는 아이들
부모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부모로서 성장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라 '되어가는'사람, 아이와의 관계를 만들어 가는 사람이다.
-소설 글 중
소설 《페인트》는 부모가 없는 아이들을 국가에서 운영하는 보호 시설 NC(Nation's child)에서 책임지고 양육면서 시작됩니다. 아이들은 13세가 되면 ‘PAINT(Parents' Interview)’라고 불리는 부모 면접을 통해 자신의 부모를 직접 결정하게 됩니다.제목인 페인트는 부모면접(parent's interview)을뜻하는 소설속의 은어입니다. 이는 아이들이 부모에게 선택당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부모를 선택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기존의 입양 제도와는 차별성을 가집니다.
주인공 ‘제누 301’은 NC에서 성장한 청소년으로, 자신이 부모를 선택하는 과정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누는 부모가 없어도 충분히 잘 살아갈 수 있다고 믿으며, 부모 면접을 거부하고 독립적인 삶을 바랍니다. 하지만 시스템상 부모를 만나지 못한 채 성인이 되면 ID카드에 NC출신이라고 적히며 사회적 차별의 대상이 됩니다.
고심하던 제누는 여러 부모 후보들과 면접을 보게 됩니다. 제누는 부족하고 어설프지만 친구처럼 지낼 수 있는 부부를 만나게 됩니다. 그는 부모가 되는 것이 단순히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이해하고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라는 점을 깨닫게 됩니다. 일부 부모들은 아이를 단순히 자신의 자랑거리라고 생각하거나, 사회적 지위를 위해 입양을 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중 어떤 부모들은 진심을 다해 아이를 사랑하며, 자신의 아이들에게 따뜻한 가정을 제공하려 노력합니다.
제누는 이러한 부모 후보들을 만나면서 처음으로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고민하게 됩니다. 그는 과연 부모가 필요 없는 삶을 살 수 있을지, 아니면 자신에게 진정으로 어울리는 부모를 선택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며 갈등합니다. 결국 제누는 부모를 선택하지 않고 자신 스스로 살아가기를 선택합니다. 이 과정에서 제누는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고 스스로 성장하게 됩니다.
2. 《페인트》가 주는 메시지
① 부모-자녀 관계에 대한 새로운 시각
대부분 입양제도는 부모가 자녀를 선택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페인트》에서는 오히려 아이들이 부모를 선택합니다. 이 설정은 ‘부모가 아이에게 적합한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좋은 부모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합니다. 부모는 아이를 양육하고 성장시키는 존재이지만, 아이들도 부모를 평가하고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가족관을 뒤흔드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② 입양과 가족의 의미
소설은 입양이 단순히 법적인 관계가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제누는 처음에는 부모 없이도 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면접 과정에서 점점 가족의 의미를 깨닫게 됩니다. 그는 혈연이 아닌 관계에서도 충분히 따뜻한 사랑을 받을 수 있으며, 부모와 자녀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존재라는 점을 인정하게 됩니다.
③ 청소년의 자립과 선택
제누는 부모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독립적인 삶을 살기를 원합니다. 이는 현실에서 많은 청소년들이 겪는 고민과 비슷합니다. 자신만의 인생을 살고 싶어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와 정서적인 유대감을 고려해야 하는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됩니다. 《페인트》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는 작품입니다. 부모의 그늘안에 살면서도 그 관계에서 느끼는 부담,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독립적인 삶에 대한 열망에 대한 이야기를 제누를 통해 자연스럽게 전달합니다.
3. 여운을 남기는 글귀
대부분은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취하며 가족이라는 그럴싸한 가면을 뒤집어 쓴 채 살아간다. -p13
원산지를 따져 가며 농수산물을 사 먹듯 인간도 누구에게서 생산되었는지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p49
아이는 부모의 필요에 의해 태어난 존재들 같아요. -p84
아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이 열릴 떄까지 기다려 주고, 주춤거리는 아이에게 먼저 다가가는 사람이었다. 나는 박이 떠날까 봐 두려웠다. 영영, 돌아오지 않을까 봐...-p150
많은 부모가 아이들에게 자기 약점을 감추고 치부를 드러내지 않죠. 그런 관계는 시간이 지날수록 신뢰가 무너져요.
-p125
이 책을 통해 청소년 제니의 고민과 선택을 들여다 보며 '나는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됩니다. 어찌되었던 어떤 방법으로도 아이들은 부모를 선택할 수 없습니다. '부모는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라 되어가는 것'이라는 작가의 글귀가 마음을 울립니다.
저만해도 아이가 태어나면 나는 저절로 좋은 부모가 될 것이라는 믿음이 한 아이를 키우게 되면서 통쨰로 흔들렸으니까요.
결론
이희영 작가의 소설 《페인트》는 제 2회 창비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합니다. 청소년 필독서가 되며 청소년들이 많이 읽혔지만 청소년들 뿐만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소설입니다. 부모를 선택해야 하는 청소년기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좋은 부모의 미덕이 무엇인가', 또한 '가족이란 무엇인가' 대해 독자들 역시도 진지한 고민을 하게 합니다. 청소년들이 겪는 고민과 그리고 그 안의 갈등을 작가는 흥미롭게 전개시켜 독자들에게 많은 공감을 일으킵니다.
이 소설은 가족이란 단순하게 혈연만이 아니라 서로를 알아가고 사랑하는 관계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청소년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함께 읽어보길 추천하는 소설입니다. 저는 이 작품을 통해 우리의 가족을 돌아보고 현실의 가족의 모습과 우리가 꿈꾸는 이상적인 가족 모습의 괴리를 좁히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됩니다.